- 2004/11/08 00:09
그게 바로 첫사랑에 관련된 것입니다.
87년 봄쯤이다. 어느 토요일 오후 친구녀석이랑 방과후 교실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남아있다가 4시쯤인가 교실문을 나오는데...소나기성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이였다.
우린 선택의 여지가 남아있지 않았다. 교실에 남아서 공부를 계속할 것인지..아님 체육관에서 운동을 할것인지 정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였다. 친구녀석이나 나나 워낙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말이 없는 가운데 의견일치 탁구를 몇게임을 하는동안 소나기성 빗방울은 그치고
우린 책가방을 옆구리에(예전에는 다 이렇게 다녔다. 옆꾸리..*^) 끼우고 전형적인 각목걸음으로(사실 난 학창시절에는 모범생이였다. 믿거나 말거나) 교문을 나서 걸어가고 있다.
몇분앞에 우리에게 닥칠 시련이 있을줄도 모르고....
학교주변에는 몇몇대학들이 자리를 하고 있었으며, 암흑의 시대에 살다보니 주말마다 대모가 대성황을 이루는 시기였다. 우린 이런 시기인줄도 모르고 천연덕스럽게 대학가 정문을 향해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고, 대학정문에 다 왔을 무렵 우린 최루탄, 함성, 각종 보도블럭에 휩싸여 있는 있는것이였다. 무리들이 떼를 지어 이쪽 저쪽으로 도망가고, 그 뒤를 이어 완전군장을 한 젊은 전경들이 쫓고 밀리는 상황들이 반복되는 것이였다.
어느순간 우린 그들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었으며, 어디론가 피하지 않으면 최루탄가스에 죽든지 전경들이 휘두르는 진압봉에 맞아 죽든지..아님 학생들이 던지는 돌에 맞아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친구녀석이랑 난 급히 피한다고 피한곳이 지하에 위치한 PM2라는 cafe였다. 이때가 내가 처음으로 카페란곳에 발을 들여놓은 시기이자 시발점이다.
카페안은 텅텅비어 있었으며 밖갓 세상과는 다르게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이때만해도 DJ box가 존재했던 시기였다.) 처음 경험한 카페의 분위기...촌놈이 이런구경을 다하는구나..(사실 잘나간다고 생각되는 학생이였다.) 생각을 하면서 카페를 둘러보는데 반대편에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2명이 앉아있는 것이였다. 우린 순간 이게 왠떡이냐? 라는 단어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었던 모양이였다. 친구랑 50원짜리 동전을 돌려서 보리가 나오면 내가 가는 것이였고, 그 반대편이 나오면 친구녀석이 가는 것으로 룰을 정했다. 카페 탁자위에 동전을 세우고 검지 손가락으로 힘차게 스핀을 주었다. 동전은 한참을 소리내어 돌더니 탁자위 보리가 아닌 그 반대편이 보이는 것이였다.
“ 싸나이 대장부 갑빠가 있지~”
그 녀석은 이런 생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씩씩하게 그녀들이 앉아있는 테이블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몇마디를 나누더니 합석이란 사인을 나에게 하는 것이였다.
이렇게 그녀와 첫 대면을 하게된 것이다.
그 이후로 그녀와 나 친구녀석과 그녀의 친구는 매일, 매주 주말마다 만나서 공부도 하고 놀기도 하면서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이때가 5월 6월 쯤이다.
정말 순진하게 건전한 사랑을 했던 시기였다. 뽀뽀 한번으로 평생을 책임져야만 할 것 같았던 시기... 그렇게 우린 사랑에 대한 감정을 키워가면서 여름방학을 맞이하고 우린 매일 만나서 놀며, 이야기하며, 영화속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을 재생(*^)하곤했다
방학이 그럭저럭 끝나갈 무렵 본능적으로 그녀가 나에게서 멀어지고 있거나 멀어지고 싶어하는 것을 알수 있었다.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 어렵게 만나봤자 그녀는 별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집에만 가려고 하는 것이였다. 난 우리 사이에 무슨 문제가 있는것인가? 고민을 정말 많이 했고..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그녀의 친구를 따로 만나서 그 친구가 왜 그런지 알고 싶었고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친구에게서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동안 난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으며, 두 눈가에
눈시울을 적실뿐이였다. 그 친구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는 그녀가 이 세상에 오래동안 살수없다는 것과. 머지 않아 세상과 작별을 해야한다는 것이였다. 그녀는 나에게 더 이상 큰 상처를 주기 싫어서 헤어지기로 결심을 했고, 그 결심을 나에게 받아들이라는 이야기를 친구로부터 전해들을수 있었다. 세상에 복도 없지...나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구나...한참을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하늘을 향해 들지 않으면 눈물이 뚝뚝 떨어질것만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울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였다. “ 싸나이 갑빠가 있지...” 그녀가 행복하게 갈수있도록 노력하고 옆에서 지켜주자...이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난 다시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서 몸부림을 쳐야했다.
그녀를 설득하기를 몇차례..드디어 그녀의 마음을 열수 있었다.
이 무렵 여름방학은 끝을 향해 가고있었으며, 곧이어 추석이 다가왔다.
그녀는 몸이 아파 추석땐 혼자있다는 것이였다. 부모님과 다른 형제들은 시골에 당일치기로 다녀오신다는 것, 그래서 추석날 아침 내가 그녀와 함께 있어주기로 했다.
떼 빼고 광내는 날이다.(추석 전날 *^) 그리고 담날 그녀를 행복하게 해 주기 위해서 장미꽃다발을 준비하는 걸 잊지 않았다. (매너도 좋치...*^)
드디어 추석 당일날이다. 아침일찍 제사를 지내고 그녀를 향해 버스에 올랐다.
그녀와 함께 하루를 아니..반나절을 보낸다는 것은 나에게 무척 행복한 것이였다.
그녀가 가기전까지 이런 행복들을 나로인해 그녀가 더 많이 경험을 하고 갔으며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생각으로 벌써 그녀 집 앞 골목길까지 와버렸다. 왠지 떨린다. 오랜만에 보는것도 아닌데...그녀집을 행해 한걸음 한걸음 다가 갈때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추석날 아침과 어울리지 않은 음악소리...
이 어울리지 않는 음악소리는 그녀 대문앞까지 다가갔을 무렵 이 음악이 그녀의 집에서 나는 걸 알수 있었다. 그녀가 나를 위해서 준비한 음악이란걸 알수 있었지만 추석날 아침에 들을만한 음악은 아니였다. 하지만 그녀가 나를 위해서 준비한 음악이니 안들을 수 없었으며, 난 그녀집 대문앞에서 눈을 감고 한참을 들었다. 들을수록 슬픈 음악이다. 그래서 이 음악을 준비해둔 모양이다....라고 생각을 했다.
그 음악은 이렇게 시작해서 이렇게 끝이 났다.
공공공공~
갈갈갈갈~
공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