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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이폰에 열광할까

by 눈과비 2012. 4. 6.

Bloter.net » Blog Archive » [책] 왜 아이폰에 열광할까

‘사물의 언어’는 사람들이 아이폰에 열광하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사물이 가진 디자인이 사람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말을 거는지 들춰보려는 시도로 빼곡한 책이다.

무엇보다 지루하다. 1장 ‘언어’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장 ‘예술’로 끝나는 목차도 그러하고, 패션쇼가 어떻게 ‘수단’에서 ‘목적’으로 변질됐는지 설명하는 대목은 패션에 관심 없는 독자의 눈을 끌기엔 어려워 보인다. 데얀 수직 런던디자인박물관 관장이 지은 책답다. 5개의 목차로 짜인 학술논문에 가깝다.

그럼에도 ‘사물의 언어’는 사람들이 왜 아이폰에 열광하는지 말해준다. 디자인의 원형부터 사람들의 정서적 측면을 꿰뚫는 저자의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왜 사람들이 아이폰에 매료되는지 맥락을 짚을 수 있다.

포르투갈인 축구선수가 있다. 그의 취미는 비싼 자동차를 모으는 것이다. 1주일에 어마어마한 주급을 받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돈이 많다는 것은 선택의 범위가 넓다는 의미일 뿐, 자동차를 모으는 취미를 갖게 된 이유를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

저자 데얀 수직은 “어느 축구선수가 루이뷔통 가방이나 파텍필립 시계를 사려고 한다면, 아름다운 물건을 소유함으로써 자신도 아름다워진다고 믿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디자이너 요제프 호프만의 의견을 대신 말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이 사물에 매료되는 핵심이다. 자신도 아름다워진다고 믿는 만족감을 주는 것이 디자인의 중요한 역할이다.

사물과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이 같은 만족감으로 표현된다. 제복은 위신을 가장 잘 나타낼 때 만족감을 줄 수 있고, 만년필은 볼펜보다 쓰기 불편하지만, 사람들에게 볼펜보다 강한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디자인은 사물이 사람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고, 디자인은 사람과 사물의 관계를 나타내는 외향적 지표가 된다. 디자인이라는 액자 안에서 쓰임새는 뒤로 밀려난다.

사람들은 왜 아이폰에 열광할까. 다음 세대 아이폰을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도 데얀 수직이 정의한 사물과 사람의 관계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디자인이 주는 만족감 때문이다.

아이폰은 루이비통 가방이나 수제 시계가 아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사람들에게 주는 정서적인 만족감은 이 같은 비싼 물건들과 비견할만하다. 다른 스마트폰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전화기로 남는 동안 아이폰은 전화기 이상의 가치를 발휘했다.

저자 데얀 수직은 책 뒷부분에 “디자인은 과도한 탐닉과 극단적인 자제 사이에 우리를 노출시킨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끊임없이 물건을 사들이는 사람들과 매력적인 디자인을 한 물건들의 관계에서 저자의 소비주의에 대한 관점을 들춰보는 일도 ‘사물의 언어’를 읽는 재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