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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이슈] 시진핑 야심작 ‘일대일로’… 수천조원 ‘돈의 장벽’

by 눈과비 2017. 1. 14.

[월드 이슈] 시진핑 야심작 ‘일대일로’… 수천조원 ‘돈의 장벽’

매년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필요한데 자금 턱없이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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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실크로드 박람회’가 열렸다. 산시성 차원의 행사를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등의 국가 차원 행사로 격상시키면서 최대 규모인 37개국 1만2000여명의 관리와 경제계 인사가 참여했다.


지난달 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는 아프간 외교부와 아프간 주재 중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하는 ‘일대일로 세미나’가 개최됐다. 아프간 헤크마트 카르차이 외무차관은 이 자리에서 “아프간은 동서양의 무역과 투자를 연결하면서 고대 무역로의 전략적 허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신(新)경제구상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시안은 육상 실크로드의 출발점이고 아프간은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중앙아시아의 관문이다.






속도 내는 일대일로


일대일로 구상이 처음 태동한 것은 2013년 9월이다. 당시 시 주석은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실크로드 경제벨트’ 공동건설을 제안했다. 시 주석은 “인접 국가 국민을 풍요롭게 하는 대형 사업”이라고 소개하며 “점이 면으로 바뀌고 선이 면이 되어 점차 지역 대협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해 10월 시 주석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순방길에 해상협력 강화 의지를 나타내며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공동건설을 제안했다. ‘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는 합쳐져 ‘일대일로’가 됐다.


이후 시 주석의 해외순방은 ‘일대일로 외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월 시 주석은 올해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이란 등 중동을 선택했다. 아랍연맹 본부 연설에서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협력 파트너망을 형성하기 바란다”면서 일대일로의 공동건설을 촉구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최근 일대일로에 이미 74개 국가 및 국제조직이 지지·참여 의사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이 중 34개 국가와 국제조직이 중국과 함께 일대일로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정부 간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핵심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6개의 ‘경제회랑(economic corridor)’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회랑은 주요 경제권을 철도와 도로 등 물류망을 중심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다. 장가오리 부총리가 지난해 공개한 6대 경제회랑은 중국∼몽골∼러시아, 신 유라시아 대륙 교량,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인도차이나반도, 중국∼파키스탄, 방글라데시∼중국∼인도∼미얀마다.


6대 경제회랑 가운데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을 비롯한 일부 프로젝트는 이미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과 파키스탄은 지난해 4월 시 주석 방문을 계기로 파키스탄 과다르항에서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카스까지 3000㎞ 구간에 철도, 도로, 가스관을 건설하는 460억 달러(약 54조8500억원) 규모의 경제회랑 사업을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 이미 지난달 고속도로 건설 착공식이 열렸다.


일대일로 관련국 투자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대외직접투자도 급격히 늘고 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금융을 제외한 중국의 대외직접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1.8% 증가했다. 이 중 중국 기업의 일대일로 관련국에 대한 직접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고 관련 국가로부터 수주한 프로젝트의 신규계약 금액도 58.9% 증가했다.




장밋빛 전망, 중국의 노림수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숨 가쁘게 달려온 고도성장기를 접고 연착륙을 도모하고 있다. 7% 안팎의 중·고속 성장을 유지하면서 경제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새로운 활로로 발굴한 것이 일대일로다.


일대일로 선상에 있는 60여개 국가의 인구는 약 4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의 63%다. 이 지역 생산량은 전 세계 55%, 에너지 매장량도 75%다. 무궁무진한 성장잠재력을 갖고 있다. 샴사드 악타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 사무총장은 최근 태국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대일로가) 일자리 창출과 함께 다각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오늘날 직면한 성장과 무역의 정체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 내부적으로 일대일로는 지역 균형개발에 도움이 된다. 중국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자오진핑 대외경제연구부장은 “일대일로는 지역 불균형과 도농 격차를 해소하고 중서부 내륙에서 생산된 제품의 해외시장 진출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건설뿐 아니라 물류시스템 개선으로 이어져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남아도는 잉여설비와 사양화되는 철강, 시멘트, 조선업도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화약고인 신장위구르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중국 석유의 22%가 매장된 신장위구르를 개발해 에너지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경제적 번영은 정치적 안정으로 이어져 분리독립 세력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베이징대 이슬람문제 외국전문가 패트릭 메이어 연구원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한족과 위구르족 갈등과 폭력의 악순환이 최소한 감소하거나 다른 형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의 근거는 일대일로가 추진되는 국가 가운데 상당수가 이슬람이라는 점이다.




쉽지 않은 도전에 고개 드는 회의론, 당면한 과제


가장 먼저 끝없이 들어가는 자금이 문제다. 중국은 이미 2014년 12월 400억 달러 규모의 실크로드 기금을 조성했다. 지난해 6월에는 아시아지역 개발도상국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다자간 금융기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했다. 왕야닝 AIIB 수석고문은 “일대일로 구축과정에서 수조 달러에 이를 재원 마련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에서만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매년 1조 달러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AIIB는 초기 투자로 10억 달러를 생각한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매년 100억∼150억 달러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전략인데 이마저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안전 확보도 시급하다. 일대일로가 이어지는 유라시아 및 아프리카 대륙은 워낙 광범위할뿐더러 민족 분리주의와 종교적 극단주의가 가미된 테러리즘이 성행하는 지역이다. 방콕 주재 러시아 대사 키릴 바르스키는 “안전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며 “안전을 보장하지 않고는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성취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회의론자들은 과연 수익이 날 수 있느냐는 점을 가장 문제로 제기한다. 베이징의 한 경제소식통은 “중국 관리들도 투자금 중 상당한 양이 회수되지 않는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에서는 투자금의 80%, 미얀마에서는 50%, 중앙아시아에서는 30%를 버리는 셈 친다는 말이 나온다. 이쯤 되면 투자가 아니라 원조에 가깝다.


회의론자는 아니지만 중국사회과학원 장위옌 세계경제정치연구소장도 최근 강연에서 “일부 국가의 경우 인프라 여건이 너무 취약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데다 장기간 투자해야 하는 것을 고려하면 수익성이 낮다”고 말했다.


국가마다 다른 제도 때문에 적지 않은 조정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로 인해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대일로 연관 국가의 경우 대체로 권위주의 통치에 따른 관료의 부패가 매우 심각한 곳이 많다. 세계은행의 ‘2015년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일대일로 국가는 대부분 기업설립이나 계약이행 등 10개 영역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일대일로 국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이른바 트리클 다운 효과(낙수효과)를 발생시켜 경제적 혜택이 주변국에 실질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게 중국의 관련국 공략 포인트였다. 하지만 이것이 실행에 옮겨질지 미지수다. 그동안 중국의 자본이 투입된 대형 건설프로젝트에는 주로 중국의 장비와 인력이 투입돼 해당국의 불만을 샀다. 예를 들어 키르기스스탄에 중국 자본으로 건설 중인 2개의 도로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중국인 노동자가 70%, 현지 노동자는 30%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때문에 투르크메니스탄의 경우 70%를 현지 인력을 고용하도록 하고 우즈베키스탄은 경영 관련 인력만 중국인으로 하게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로 이어지기에는 허점이 많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 관행과 국제적 경험 부족으로 해당 지역의 반발을 살 우려도 크다.


미국의 집중 견제와 일본과의 경쟁도 중국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해상 실크로드 구축 과정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는 여전한 숙제다. 중국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일대일로 국가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일본의 대규모 투자도 계속되고 있다.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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